[세계를 보다]‘존엄하게 죽을 권리’ 고민하는 세계

  • 3개월 전


[앵커]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웰빙 만큼이나 웰다잉, 그러니까 품위있게 생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외에는 이미 안락사를 허용한 국가들도 있는데, 종교, 윤리, 의학 차원에서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세계를보다, 김용성 기자입니다.

[기자]
에콰도르의 한 루게릭병 환자가 가족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음료를 마십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낀 그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안락사였습니다.

지난해 8월 안락사 허용에 대한 소송을 냈는데, 에콰도르 법원이 이달 7일 안락사 처벌이 위헌이라며 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파올라 로단 / 루게릭 환자(안락사 희망자) (7일)]
"(승소한) 오늘은 제게 특별한 날입니다."

이로써 에콰도르도 사실상 안락사 허용국이 됐습니다.

[라미로 아빌라 / 변호인]
"파올라를 안락사 시키는 의사도 형사 처벌 및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됐습니다."

무의미한 치료를 하지 않는 '연명치료중단'나 약을 처방해주는 '의사조력자살'이 의료진의 관여가 간접적이라고 한다면 안락사는 의료진이 직접 환자의 생명을 끊는다는 점에서 매우 직접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안락사 허용국은 최소 11곳으로 파악됐는데요, 점점 늘고 있습니다.

최근 안락사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으킨 것은 네덜란드의 전 총리 드리스 판아흐트였습니다.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부인 역시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면서 아내와 안락사를 택한 겁니다.

세계 첫 안락사 합법국인 네덜란드에선 2022년 기준 전체 사망자의 5.1%, 8700여 명이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같은 해, 동반 안락사 사망은 29쌍, 5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안락사 대상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 합니다.

벨기에에선 불치병을 앓고 의료진과 부모가 동의한 경우에 한해 미성년자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데, 10년 간 5명이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재클린 해러먼스 / 벨기에 안락사 평가통제 위원장]
"(미성년자까지 늘리는 것이) 아주 기쁜 일은 아니었습니다. 부모 중 단 한 명만 반대해도 진행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미성년자 안락사가 단 5건 뿐이었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합니다. 2018년 네덜란드에서는 의사가 환자와 충분한 상의 없이 안락사를 시행했다며 의사가 기소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안락사 허용'이 생명 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재클린 해러먼스 / 벨기에 안락사 통제평가 위원회]
"법적 소송에 휘말리거나 기소가 된 안락사 사건들도 적지 않습니다. 남용까지는 아니지만 실수는 나올 수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본인의 마지막을 정할 권리를 보장하는 게 맞는지, 또 옳은 방법은 무엇인지 세계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김용성입니다.

영상편집: 장세례


김용성 기자 dragon@ichannela.com

추천